[국내언론][다시 노동시간 단축 ①] 장시간 노동과 건강, 그리고 안전(매일노동뉴스, 2025.09.30.)

2025-0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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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시간 노동과 건강, 그리고 안전
김형렬 가톨릭대 교수(직업환경의학)

요약본

한국 사회의 장시간 노동은 법정 주 40시간과 주 52시간 상한제가 정착된 뒤에도 여전히 일터의 일상으로 남아 있다. 특히 중소영세 사업장과 플랫폼 노동에서는 예외 규정과 느슨한 집행으로 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으며, 장시간 노동이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저임금 구조와 결합한 “통제 불가능한” 현실로 굳어졌다. 그 결과는 건강 파괴다. 세계보건기구·국제노동기구 연구가 보여주듯 주 55시간 이상 노동은 뇌졸중·허혈성 심장질환 사망 위험을 유의하게 높이고, 한국의 과로사 산재 판정 기준 역시 발병 전 장시간(주 60시간 이상) 여부를 핵심으로 삼는다. 장시간 노동은 수면을 무너뜨리고 면역을 약화시키며 당뇨·비만 같은 대사장애를 부르고, 주 52시간을 넘겨 일하는 집단에서 우울 증상 위험이 크게 높게 나타난다. 회복 없는 연장·주말 근무는 만성피로와 우울·불안으로 이어져 삶 전체를 위협한다.

안전도 흔들린다. 연속 근무와 피로 누적은 집중력을 떨어뜨려 하루 12시간 이상 근무자의 재해율을 8시간 근무자의 두 배 이상으로 끌어올린다. 버스 졸음운전, 의료현장의 사고, 물류센터에서의 급성 질환 등은 ‘개인 부주의’가 아니라 장시간 노동이 강제한 피로의 결과다. 이 피해는 개인에 그치지 않는다. 산재 보상과 의료비, 생산성 저하, 돌봄 공백이 사회적 비용으로 돌아오고, 결혼·출산 포기와 돌봄 시간의 소멸로 지속 가능성까지 해친다. 더구나 OECD 통계가 보여주듯 노동시간이 짧을수록 생산성이 높아, 장시간 노동은 기업 경쟁력조차 갉아먹는다.

대응은 ‘총량’만 줄이는 법 조항 추가로는 부족하다. 야간·교대, 연속 근무일 수, 근무 후 회복시간 보장 등 ‘질’의 규제를 정교화하고, 특례제도 남용을 차단하며, 감독과 처벌을 실효화해 취약 노동자를 실제로 보호해야 한다. 동시에 “오래 일할수록 성실하다”는 낡은 문화에서 벗어나, 건강하고 안전하게 일하는 사람을 존중하는 가치로 전환해야 한다. 장시간 노동은 개별 사업장의 인사 문제가 아니라 사회 전체의 건강권·안전·미래를 위협하는 구조적 위험이다. 이를 줄이는 일은 곧 노동자의 생명과 우리 모두의 삶을 지키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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